“5급에 먼저 적용해야, 공공기관과의 협력은 안돼”
공직예비시험제도에 대한 공청회가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다.
공직예비시험제도는 필기시험을 통해 채용예정인원보다 더 많은 예비합격자를 선발한 후(인재풀 형성) 합격자가 자신이 원하는 부처에 지원하면, 각 부처는 지원자 중 부처 수요에 맞는 인재를 면접시험을 거쳐 채용하는 방식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채용방식으로는 전문역량을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신뢰성이 훼손 안되는 선에서 채용개편을 해 나가고자 하며, 공정성과 타당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각계 전문가와 수험생 대표 등이 참여, 공직예비시험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서울여대 박경원 행정학과 교수는 “개편의 취지는 부처의 인사권 확대에 있지만, 부처별 인사담당자들의 노하우가 부족한 점을 감안, 중앙위가 기틀을 마련하고 점차 각 부처에서 주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민병모 발테라코리아 대표는 “예비시험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각 부처별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인재상이 정교하게 정립되야 하며, 시험에서는 고차원의 정책문제 해결 역량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도입자체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섭 환경부 혁신인사기획관은 “수험생들이 필기부담을 계속 안고 있는 상태에서, 면접부담까지 가중시킬 수 있게 만드는 제도”라며 “어차피 면접을 강화해도 성적이 중요할 것이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현행제도 안에서 방안을 찾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신동면 경희대 행정학 전공교수는 “채용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부처에 맞는 인재를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합격자 배치 시 면접 등을 통해 부처 자율권을 부여하고, 합격자들의 교육훈련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수험생 대표로 나선 박모씨는 “주위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대부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필기뿐만이 아니라 면접이 강화되면서 시험비용이 더욱 커진다는데 있다.”라며 “비용감소 측면에서 대학교육 및 민간취업부문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면접의 투명성 및 공정성 등을 실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성공 열쇠는 풀규모와 유예기간”
한편, 예비합격자 수와 합격자들의 유예기간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은 이번 공직시험개편의 가장 큰 열쇠로 볼 수 있다. 참석자들은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쟁점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아울러 규모가 작은 5급 행정고시부터 적용해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 7ㆍ9급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공공기관과의 협력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경원 교수는 “시험정서와 제도적 변화의 충격을 감안하면, 합격풀은 현재 120%에서 단계적으로 증가시키고, 유예기간은 1년 또는 2년으로 하는 것이 수험생으로서나 정부로서 합당하다.”라며 “면접은 유사한 부처를 3~4개 그룹으로 형성해 같은 시기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동면 교수는 “풀규모는 현행 2차 합격률인 120%보다는 높은 수준에, 인적자원낭비 측면에서는 150%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아울러 면접 및 부처별 특성이 중요한 만큼 예비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각 부처들은 부처의 업무에 대한 업무설명회를 적극 개최, 충분한 정보를 수험생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정섭 혁신인사기획관은 “부처별 차등화와 자율권이 필기시험 전부터 있어야 하며, 부처별로 개편이 있을 때마다 수시면접 등을 통해 바로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풀(150%)을 확보하고, 유예기간도 최소 2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민병모 대표는 “중앙인사위원회가 기본컨셉을 잘 세워 예비합격자들을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부처에게 제공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중앙위 관계자 “부처별 면접공정성 확보가 최대 변수”
한편,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중앙인사위원회에서도 관계자가 직접 나와 공직예비시험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만석 인력개발정책과장은 “시험 관리비용 면에서 먼저 5급 도입 후 7.9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좋다.”라며 “풀규모의 경우 현재보다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이며, 유예기간의 경우 수험주기 단축 및 효율성을 감안할 때 2년 이상 장기로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부처별 면접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이번 예비시험제의 가장 큰 변수로, 면접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역할 분담차원에서 단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다만 부처조사에서는 규모가 큰 부처의 경우 자율적으로 하고 규모가 작은 부처는 중앙위로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중앙위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 부담을 되도록 줄이려고 하지만,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 힘든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라며 “해결되는 것과 해결 안되는 것을 선별해서, 최선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공무원예비시험제도를 우선 5급 시험에 도입하고, 이 후 7, 9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있게 대두됐다. 그밖에 합격자 풀은 120~150%, 합격자들의 유예기간은 2년 이하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중앙위 및 전문가들의 분석에 근거를 둔 것으로 여타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며, 중앙위에서는 이런 점들에 대해 각계의견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공무원예비시험제도는 개편안이 확정되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시행될 계획이다. |